[차이나 모빌리티] 日 도요타 194만대 팔 때 현대차 38만대…중국 시장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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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6. 오후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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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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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도로를 달리는 현대차 택시. /김남희 특파원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이 38만5000대로 추락했다. 2020년 대비 23% 줄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8%로 더 떨어졌다. 기아 중국 판매량도 15만2000대로 39% 급감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차 판매량은 30% 가까이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실적은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비교하면 더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중국 판매량은 200만 대에 육박했다. 현대차 판매량의 5배다. 도요타는 9년 연속 판매량을 늘리며 중국 시장 1·2위인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의 격차를 줄였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전 세계 차 회사들은 중국 친환경차 시장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나지 않기 위해선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중국 소비자 취향 변화에 맞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 도로를 달리는 현대차 택시. /김남희 특파원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합작사 베이징현대는 2021년 중국에서 38만5000대를 팔았다. 2020년(50만2000대) 대비 23% 감소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81%까지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 밍투 EV, 올 뉴 투싼 등 신차를 대거 투입하며 반전을 시도했으나, 판매량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현대차가 2020년 출시한 차세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는 지난해 누적 판매량이 13만 대에 그쳤다. 두쥔바오 베이징현대 부총경리는 이 차를 출시할 당시 “매년 15만 대를 못 팔면 옷을 벗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기아는 중국에서 판매량 15만 대를 겨우 넘겼다. 기아의 중국 3자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2021년 중국 판매량은 15만2000대로, 2020년(24만9000대) 대비 39% 줄었다. 지난해 연간 판매 목표치(25만5000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극심한 실적 부진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가 쌓이자, 중국 둥펑자동차는 지난해 12월 합작사 지분 25%를 매각하며 손을 털고 나갔다.

중국 베이징 도로를 달리는 현대차 셀레스타 모델. /김남희 특파원

현대차는 가성비(낮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를 내세워 중국에서 2013~2016년 4년 연속 100만 대 이상 판매했다.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2016년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비난한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 조치를 하면서다. 2016년 114만 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판매량은 2017년 78만여 대로 31% 급감했고 지난해엔 38만여 대까지 주저앉았다. 기아 역시 2016년 역대 최대인 65만 대를 팔았으나, 2017년 35만9000대로 판매량이 반토막 난 데 이어, 지난해 15만2000대로 뚝 떨어졌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차를 대표하는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신차 출시, 전기차·수소차 투입, 한국서 일부 모델 직접 수입 등 위상 회복을 위한 여러 시도를 했으나, 부진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베이징 1공장 등 중국 공장 두 곳을 닫았는 데도 생산능력 70%가 놀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출시한 전기 SUV 엔시노. /김남희 특파원

전략의 실패란 평도 나온다. 언제까지 사드 탓만 할 거냐는 얘기다. 중국인에게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이 근본적 문제로 꼽힌다. 현대차는 2000년대 아반떼와 쏘나타를 베이징 택시 차로 대량 판매했다가 중국 소비자 사이에 싸구려 차로 각인됐다. 지금도 베이징 도로 위 낡은 택시 상당수가 현대차 로고를 달고 달린다. 일반 차량도 가격 할인을 남발해 기존 구매 고객의 불만이 컸다. 일본차가 고급차 이미지를 쌓는 동안 현대차는 품질·브랜드 관리 소홀로 저가 차 이미지로 전락했다.

그사이 중국 소비자 사이에 중국차 선호도도 높아졌다. 특히 샤오펑·리샹·지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세련된 이미지로 미국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도로에 주차된 현대차 엘란트라. /김남희 특파원

잦은 경영진 교체와 핵심 인력 이탈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자동차 매체 원우처다오는 “베이징현대 설립 20년간 책임자 8명이 바뀌었고 그중 7명의 임기는 1년 4개월에 불과했다”며, 더군다나 최근 2년간 중량급 고위 인사 다수가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이 매체는 “베이징현대가 최근 5년간 급속히 쇠퇴하면서 공장을 팔아먹고 사는 지경”이라며 “재기하기 어려워 보이며, 판매량 지속 감소로 속수무책인 베이징현대가 시장 도태라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혹평했다.

도요타는 닛산·혼다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가 주춤한 동안 홀로 진격했다. 2021년 중국 시장에서 일본차 전체 판매량은 1.8%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 내 닛산 판매량은 5.2% 감소한 138만 대, 혼다 판매량은 4% 감소한 156만 대로 집계됐다.

중국 베이징의 거리에 주차된 일본 도요타 렉서스. /김남희 특파원

지난해 도요타의 중국 판매량은 2020년 대비 8.2% 증가한 194만 대로 집계됐다. 9년 연속 판매량이 늘었다. 이 중 중국 생산 기지를 갖춘 도요타 브랜드 차가 170만 대 판매됐다. 전년 대비 9.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렉서스 브랜드 차 판매량은 24만4000대로, 전년과 비슷했다. 도요타는 중국에서 도요타 브랜드 차만 생산하고 렉서스 차량의 경우 일본·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도요타는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한다. 2020년 중국 북부 항구 도시 톈진에 짓기 시작한 전기차 공장이 오는 6월 가동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도요타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전기차 bZ 시리즈와 중국 BYD(비야디)와 공동 개발한 중국 전용 전기차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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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김남희 기자입니다. 알면 좋을 중국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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