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코인 전면전' 양상

美·유럽 '스위프트 배제' 제재
막힌 금융망 뚫고 군자금 확보
루블화 폭락…코인 매수 급등
비트코인 시세 13% 가량 껑충

러시아-우크라 '코인 전면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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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 전통 금융이 아니라 가상자산을 통해 막힌 금융망을 뚫어 내거나 군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일 낮 12시 기준 1비트코인(BTC) 시세는 5180만원을 기록, 24시간 전 4560만원 대비 13% 가까이 급등했다. 가격 상승을 이끈 수요 상당수는 러시아 지역에서 발생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루블-비트코인 페어 등 러시아 화폐 기반 거래량이 일제히 급등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자국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자 주요 가상자산 시세가 급락하기도 했다. 28일 오전 7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4%가량, 이더리움은 6%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는 비트코인 채굴 분야에서 세계 3위 수준이며, 러시아인이 보유한 비트코인 예치금 총액만 해도 약 28조8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 '코인 전면전' 양상

서방 국가들이 결정한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조치도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러시아 기업과 개인은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 투자 채널이 차단된다. 이는 가상자산에 호재로 작용했다. 가상자산이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구축된 덕분에 특정 국가나 세력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헤징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택하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비트코인은 2월 중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지만 전쟁 발발로 인한 호재와 악재가 상쇄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치를 유지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오르고 증시는 하락하는 전통 금융자산 움직임과 다른 흐름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이전보다 활발해진 경향을 보였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은 전쟁 발발 직후 이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비트코인 가격 역시 7% 내외의 프리미엄이 붙어 다른 지역 거래소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후원받고 있다. 2월 27일 기준 가상자산 기부금은 1000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러시아 경제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상자산 제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인 지갑 송금은 통제할 수 없으나 러시아 은행과 거래하는 거래소에 차단을 요청하는 방안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 가상자산 거래를 차단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