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 포르노 아냐, 한국은 불법촬영 중심지” 국제인권단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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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17. 오전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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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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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국제인권단체 디지털 성범죄 고발 “10년간 11배 급증”
일러스트=정다운/조선DB

전 세계에서 한국이 몰카(불법 촬영)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가장 심각하다는 내용의 국제 인권 단체 보고서가 16일 발간됐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날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디지털 성범죄로 여성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HRW 분석에 따르면 2008년 한국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 중 불법 촬영과 관련한 사건은 585건으로 4% 미만이었다. 2017년엔 6615건으로 11배로 증가하며 전체 성범죄의 20%를 차지했다. 몰카 등을 포함한 불법 촬영 피해자의 80%는 여성이고 가해자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이 보고서는 회사 상사가 선물한 탁상시계가 ’24시간 몰카'를 장착한 것으로 드러난 것을 포함해 다양한 피해 사례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찍기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화장실이나 탈의실 몰카 등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이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한국이 거의 유일한 경우라고 했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통해 지난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가수 정준영./연합뉴스

이 보고서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한국은 전 세계 불법 촬영의 중심지(global epicentre of spycam)”라고 소개하며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가 한국 여성과 소녀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은 ‘몰카(Molka)’라는 한국어 단어를 소개하며 “몰카 영상이 온라인에 공유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피해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고려할 정도”라고 했다.

HRW는 “한국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기적을 이룬 나라”이지만 “기술적 발전에 비해 성평등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발표한 헤더 바 HRW 여성권리국 국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불행히도 한국은 해당 분야의 선두 자리에 있다”고 비판했다.

HRW는 “(한국 정부에) 디지털 성범죄가 생존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있다”며 위원회 구성 및 모든 유관 기관에서 이 문제를 우선 과제로 책정해 다룰 것을 권고했다.

[김수경 기자 c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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